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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국내 최초로 국가가 보유한 공간정보를 민간에 개방했다. 정부가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을 구축, 오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공간정보 데이터를 민간이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공개된 공간정보 이용률은 10%를 넘지 못한다. 공개된 공간정보 수준이 미흡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기업이 공간정보를 어디에 활용할지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2000년대 후반 기업은 지리정보나 위치정보를 기업 경영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리기반고객관계관리(G-CRM)다. 구글이 인공위성 등을 활용해 영상지도 서비스를 하면서 상당수 기업은 구글의 지도서비스를 받아 부분적이지만 경영에 활용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업의 공간정보 이용은 배경지도를 이용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공간정보 활용 계획·인력 부재=공간정보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이유로는 △기업의 공간정보 활용 계획 및 사례 미흡 △공간정보 활용 및 분석 인력 부족 △낮은 공간정보 품질 수준 등을 들 수 있다.

민간 기업은 공간정보 활용 요구가 약하다. 공간정보 특성상 자체적으로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정보와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지 않다.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적용해 연구를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장 수익을 확보해주는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간정보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기본적 위치나 지리정보로 활용한다.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의 지도를 받아 점포와 고객 분포를 표시한다거나 경로 및 위치를 탐색하는 정도다.

공간정보를 융합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이러다 보니 공간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놓고도 단순한 지도 수준으로만 활용한다. 금융회사 G-CRM이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 후반 대형은행 중심으로 G-CRM 구축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도 기반으로 고객군을 분류하고 이들의 특성과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G-CRM은 단순히 지도 위에서 고객군을 분류해주는 정도로밖에 활용되지 못했다.

이창훈 공간정보산업진흥원 팀장은 “은행이 G-CRM을 구축해 놓고도 그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은 공간정보 분석 인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토지나 건물 등 공간정보가 고객 및 마케팅 정보 등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공되는 공간정보 수준이 낮은 것도 활용도가 10%를 넘지 못한 이유다. 네이버·다음·구글 등에서 제공되는 공간정보는 대부분 영상지도 정도다. 실제 토지나 건물의 유형·속성·소유·이력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한계를 극복하고자 정부가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을 구축, 국가가 보유한 공간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공개되는 정보의 양도 부족한데다 정합성도 낮은 수준이다. 제공 방식도 사용자가 이용하기에는 아직 불편하다.

한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는 “국가가 제공하는 공간정보를 활용하려 해도 이용이 불편해 구글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정보공개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IO, 다양한 융합 사례 찾아야=기업 CIO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 경영진은 공간정보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간정보는 크게 △위치확인 △정보제공 △업무지원 △거래지원 △분석예측 다섯 가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위치확인은 사용자에게 필요한 지리정보를 제공하는 전통적 서비스다. 주로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이나 내비게이션에 많이 활용한다. 정보제공은 디지털 콘텐츠에 공간적 속성을 추가해 특정 상황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 포털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업무지원은 업무처리시스템과 공간정보를 융합해 업무 정확도를 높이는 서비스다. 자원관리나 시설물관리 등에 사용한다. 특히 물류업체나 창고업체가 공간정보를 활용해 효율적 물류체계를 갖추고 있다.

거래지원은 돌발 상황에 따라 공간적으로 최적의 거래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위치파악이나 자동차 조립 적시성 등에 적용한다. 분석예측은 실제 세계와 유사한 공간을 구축해 현황 분석 및 미래예측을 수행하고 사용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환경, 재해, 교통 등 공공서비스에 많이 이용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전자 등이 공간정보를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 손꼽힌다. 이들은 기존 2차원(D) 기반과는 차별화되는 3D 기반 시설물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공간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지능형 빌딩관리시스템에 3D 기반 공간정보를 적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3D를 활용해 효율적 건물 관리로 인건비와 에너지 절감효과를 보고 있다. 기존 평면적 부동산정보서비스도 3D 기반 공간정보를 적용해 3D 조감도, 주변 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실제와 동일하게 느끼게 한다. 3D 공간정보는 교통, 건강, 생태환경, 기상환경 등과 융합해 다양한 서비스도 창출한다.

◇미국·영국·호주, 공간정보 활용 활발=해외에서는 미국·영국·호주 등을 중심으로 공간정보 활용이 활발하다. 미국은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위성영상정보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공간정보 분야에서도 높은 수준의 활용도를 보인다. 최근 민간 수요도 크게 증가해 활용 분야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GOS(Geospatial One Stop) 사업을 중심으로 국가공간정보 기반을 마련했다. 연방지리정보위원회(FGDC)를 구성해 공간정보 공동 활용을 추진한다. 국가 차원에서 공간정보의 수집, 유지와 관리, 데이터 정비를 효율화하는 표준을 제정했다.

포털사이트 운영으로 분산된 데이터에 통합적 접근이 가능하다. 대표적 활용 사례로 스폿크라임(Spotcrime)이 있다. 스폿크라임 사이트에서는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하면 구글 지도 위에 범죄 발생 장소와 유형이 표시된다. 사건별로 개략적 설명도 제공한다. 경찰이 공개한 범죄정보를 공간정보와 활용해 구글 지도 위에서 표시하는 식으로 데이터베이스화했다. 민간 기업의 점포 용지 선택 등에 활용된다.

영국은 지리정보원에 특화된 각종 데이터를 구축해 공유하는 대표적인 국가 지도화 기관인 OS(Ordnance Survey)에서 공간정보 공개를 주도한다. 단순보기, OS 매핑 API를 활용한 지도제작, 내려받기 세 가지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 공간정보 활용 기업은 최대 부동산 자산관리 업체인 카운티와이드다. 2009년 설립된 주거지 관련 부동산 자산관리 업체로 공간정보를 활용해 정확도가 높은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자산 주변현황에 OS로부터 제공받은 정교한 정보를 제공한다.

호주는 토지정보위원회(ANZLIC) 주도로 공간정보 제공자와 사용자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국가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 신문게재일자 : 2012/07/23